애틋함과 매혹, 선망이 뒤섞인 어떤 당혹감 같은 것
옥주가 집에 가져갈 선물을 준비했느냐고 묻자 예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. 여름 홑이불과 피클도 있다고. "피클?" 야콥이 잘못 들었나 싶은지 큰 키를 굽혀 예후이에게 되물었다. "응, 우리 할머니는 멀리 나가기 힘들어. 피클 같은 건 시골에서는 귀한 거야." 언젠가 시내에서 예후이와 먹어 본 뒤로 할머니는 입맛이 없는 여름이 되면 종종 피클을 찾는다고 했다. 그것은 피클, 그저 작고 가벼운 한 음식에 대한 언급일 뿐인데도 야콥의 표정에는 무언가가 천천히 번지고 있었다. 애틋함과 매혹, 선망이 뒤섞인, 타인이 특별하게 다가올 때 누구나 지니게 되는 어떤 당혹감 같은 것. 야콥이 피클은 집에서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 했다. 그것은 마치 채소의 물기를 털어 내듯 아주 쉬운 일이라고. - 김금희 소설 중