초여름
줄 노트에
편지를 썼다
세 장이나 썼다
세수를 하다가
편지 안 줘야지, 생각했다
그리고 놀랐다
편지라는 건
안 줄 수가 있구나
이렇게 실컷
말 걸어놓고도
편지를 안 줄 수 있다는 것에 기뻐하며
냉장고에서
썰어놓은 수박을 꺼내 먹었다
- 김은지 시집 <여름 외투>(2023) 중
초여름
줄 노트에
편지를 썼다
세 장이나 썼다
세수를 하다가
편지 안 줘야지, 생각했다
그리고 놀랐다
편지라는 건
안 줄 수가 있구나
이렇게 실컷
말 걸어놓고도
편지를 안 줄 수 있다는 것에 기뻐하며
냉장고에서
썰어놓은 수박을 꺼내 먹었다
- 김은지 시집 <여름 외투>(2023) 중