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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엄마 없는 아이 - 혜은이> 김연수 소설에 인용된 가사

더딘하루 2023. 4. 9. 02:07
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손가락으로 모래 위에 뭔가를 쓰는 듯하더니 노래를 흥얼거렸다. 모르는 노래였는데도 첫 소절을 듣자마자 명준은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.

엄마 없는 아이는 사랑도 없으니까
말없이 그저 말없이 바람 노래 들어보네

명준은 얼어붙은 듯 그 자리에 서서 그 노래를 고스란히 다 들었다. 그해 봄, 그의 엄마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 생의 마지막 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. 갑작스럽게 진단이 떨어지고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.

(중략)

그는 오로지 병실 캐비닛에 넣어둔 엄마의 옷을 생각했고, 먼저 퇴원한 옆자리의 환자들처럼 엄마가 그 옷으로 갈아입은 뒤 남은 사람들에게 인사하고 병원을 나서는 순간만을 간절히 상상했다. 그러나 좋은 생각을 하는 중에도 울음은 멈추지 않았다. 울음을 멈추기 위해서는 좋은 생각 말고 다른 게 필요했다. 그러나 그 밤의 해변에서, 혜진이 부르는 노래를 들을 때까지도 명준은 그게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.

 

김연수 소설집 <이토록 평범한 미래>(2022) 중 <엄마 없는 아이들> 부분 발췌

 

 

엄마 없는 아이는 사랑도 없으니까
말없이 그저 말없이 바람 노래 들어보네

바다를 보아도 할 말이 없어라
편지를 써 봐도 보낼 곳이 없어라
하늘을 보아도 부를 이름이 없네
소리쳐 불러도 대답 없네

아 대답 없네
아 대답 없네

엄마 없는 아이는 사랑도 없으니까
말없이 그저 말없이 바람 노래 들어보네

하늘을 보아도 부를 이름이 없네
소리쳐 불러도 대답 없네

아 대답 없네
아 대답 없네

엄마 없는 아이는 사랑도 없으니까
말없이 그저 말없이 바람 노래 들어보네

 

혜은이 <'81 제1집>(발매 순서 상 12집, 1981) 수록곡 <엄마 없는 아이>
작사 길옥윤 / 작곡 길옥윤 / 노래 혜은이