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늦가을 - 최하림
더딘하루
2023. 10. 30. 15:22
늦가을
억새풀들이 그들의 소리로 왁자지껄 떠들다가
지평선에서 그림자로 눕는 저녁
나는 옷 벗고 살 벗고 생각들도 벗어버리고
찬마루에 등을 대고 눕는다 뒷마당에서는
쓰르라미같은 것들이 발끝까지 젖어서
쓰르르 쓰르르 울고 댓잎들이 바람에
부딪치면서 비명을 지른다 가을날은
흐느끼면서 끝을 모르고 흘러간다고 할 수 밖에 없다