어느날 눈송이까지 박힌 사진이
간곡한 기계가 있었다 우리 앞에
우린 그 기계 앞에 서 있었다
기계는 우리를 온 힘으로 찍었다
시계탑 앞에 서 있는 너를 동물원에 앉아 있는 나를
돼지우리 앞에 앉아 있는 이종사촌과 나를 찍었다
머리칼을 잘라 팔던 날
우연히 지나가던 사진사가 날 찍었다
어느날 눈송이까지 박힌 사진이 나에게로 왔다
- 허수경 시집 <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>(2001) 중
어느날 눈송이까지 박힌 사진이
간곡한 기계가 있었다 우리 앞에
우린 그 기계 앞에 서 있었다
기계는 우리를 온 힘으로 찍었다
시계탑 앞에 서 있는 너를 동물원에 앉아 있는 나를
돼지우리 앞에 앉아 있는 이종사촌과 나를 찍었다
머리칼을 잘라 팔던 날
우연히 지나가던 사진사가 날 찍었다
어느날 눈송이까지 박힌 사진이 나에게로 왔다
- 허수경 시집 <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>(2001) 중